파도가 없는 날 배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사방 어느 쪽을 봐도 평평하고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 모습뿐이다. 높은 산에 올라 사방을 쳐다봐도 비행기를 타고 더 높이 올라 아래를 내려다봐도 지구는 둥글게 보이지 않고 평평하게 보인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책에서 배우지 않았다면, 일상적인 생활공간에서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 지구라는 구의 반지름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느낄 정도가 되려면 비행기의 높이보다 훨씬 높은 곳까지 올라가 지구를 내려다봐야 한다. 지구의 둥근 모양이 인류에게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세기 들어 지구 대기권 밖에서 지구의 사진을 찍기 시작한 이후다. 그전까지는 누구도 지구의 둥근 모습을 직점 확인할 수 없었다. 그래서 고대인들은 보이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여 지구는 평평한 대지며 그 위에 둥근 하늘이 천장처럼 덮고 있다고 생각했다. 별과 행성, 달, 태양은 둥근 천구에 물어서 하루에 한 바퀴씩 평평한 지구를 들고 있었다.
다만 별은 천구에 고정돼 있는 반면에 달과 태양, 행성은 천구에 고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자유롭게 움직여 다닐 수 있고, 그 결과로 뜨고 지는 시각이 불규칙하다고 생각했다.
옛날 사람들은 불규칙한 천체의 운동이 신의 뜻과 관련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신의 뜻을 헤아리기 위해서는 천체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했다. 고대의 천문학은 점성술을 토대로 발전했으며, 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의 신관 계급뿐이었다. 바빌로니아 신관은 높은 탑에 올라 하늘을 관측했는데, 특히 달, 토성, 목성, 화성, 금성 등의 운행을 자세히 관측했다.
이들은 태양, 달, 행성이 움직이는 길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았고, 특히 태양이 움직이는 길을 황도라 했다. 이 황도 상에 위치한 별자리 12개를 특별히 황도 12궁이라 불렀다. 이집트와 바빌로니아의 점성가들은 달의 위상 변화에 따라 조수 간만의 차가 생긴다는 사실도 알았으며, 일식과 월식이 언제 일어나는지도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왜 일어나는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모든 일의 원인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려는 기질을 갖고 있었던 그리스인들 중 일부는 일찍부터 지구가 둥글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피타고라스는 철학적인 견지에서 지구가 둥글다고 생각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여러 가지의 예를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설명했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등산을 하다 보면 산 위로 올라갈수록 경치가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 높은 곳에 오르면 더 멀리까지 보여서 한 시야에 많은 풍경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날씨가 좋은 날 서울타워 전망대에 오르면 인천 앞바다가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날씨가 좋아도 서울타워에서 설악산 대청봉은 보이지 않는다. 서울타워는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기 때문에 어떤 장애물도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 그런데 왜 설악산이 보이지 않는 걸까?
엄청 멀어서일까? 엄청 멀어서는 아니다. 왜냐하면 설악산보다 훨씬 멀리 떨어져 있는 달은 잘만 보이지 않는가! 달은 멀지만 크기가 무척 크고, 설악산은 달보다 가깝지만 산의 높이가 달의 크기에 비해 아주 작기 때문일까? 가능성이 있는 답변이다. 서울타워에서 달을 볼 때와 설악산을 하늘에 띄워 놓고 볼 때 누가 더 크게 보일지 비교해 보자. 서울타워에서 설악산까지의 직선거리는 약 140고 달까지의 거리는 약 38이다. 달까지의 거리가 약 2714배 먼 것이다. 달의 크기가 설악산의 높이보다 약 2714배 크다면 달과 설악산은 같은 크기로 보일 것이다. 반면에 달의 크기가 설악산의 높이보다 2714배 이상이면 달이 크게 보이고, 2714배 이하면 설악산이 달보다 크게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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