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0년 전 달의 크기와 지구의 크기를 비교하려는 엄청난 시도를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아리스타르코스다. 그때까지 달의 크기는 물론 지구의 크기도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었다. 에라토스테네스가 지구의 크기를 측정한 것은 이보다 훨
씬 뒤의 일이다. 지구의 크기도 모르고 달의 크기도 모르는데 어떻게 지구와 달의 크기를 비교할 수 있었을까?
직선 구간의 철로를 일정한 속도로 달리는 기차가 터널을 지나려 하고 있다. 아주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면서 117의 길이와 터널의 길이 증 어떤 것이 더 큰지, 아니 얼마나 더 큰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물론 17의
길이도 모르고 터널의 길이도 알지 못한다. 초등학교 4학년 수학에 나오는 문제를 예로 들어 보자. 117의 맨 앞부분부터 맨 뒷부분까지 터널에 완전히 들어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초였고, 101의 맨 뒷부분이 터널을 완전히 빠져나오는데 까지 걸린 시간은 8초였다. 터널의 길이는 101의 길이보다 몇 배 더 긴 것일까? 계산해 보면 3배 더 긴 것으로 나온다.
밤하늘에 만들어지는 지구 그림자 크기는 실제 지구의 크기와 비슷하다. 이 지구 그림자가 매일 밤하늘에 나타나지만 평상시에는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없다. 깜깜한 밤하늘에서는 어두운 지구 그림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보름달이 지구 그림자를 가로지를 때 비로소 지구 그림자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달의 크기와 지구의 크기를 비교하려면, 보름달이 지구 그림자를 통과하는 개기 월식을 관찰하면 된다. 만약 달이 지구보다 크다면 보름달은 지구 그림자에다 가려지지 않을 것이다. 즉 달이 완전히 사라지는 개기 월식이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개기 월식은 흔하게 일어난다. 그러므로 지구 그림자가 보름달보다 더 크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면 지구는 달보다 몇 배나 클까? 개기월식을 섬세하게 관찰하면 지구와 달의 크기 비율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앞서 초등학교 4학년 수학 문제에서 터널을 지나는 기차의 시간을 측정해서 터널의 길이가 기차의 길이보다 몇 배 더 긴지를 알아낼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보름달이 지구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는 시간을 기록한 후, 달이 지구 그림자를 완전히 통과해 다시 보름달의 모습이 나타날 때까지의 시간을 기록하면 된다. 예를 들어 달이 지구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는 데 약 1시간이 걸리고 달이 지구 그림자를 완전히 빠져나오는 데 대략 4시간이 걸렸다면, 지구 그림자의 크기는 달의
크기보다 약 3배 더 큰 것이다. 이 방법으로 보름달의 크기가 지구 크기의 약 3분의 1이 된다는 사실을 최초로 알아낸 사람이 바로 2300년 전에 살았던 아리스타르코스다.
많은 사람들이 보름달이 갑자기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개기 월식을 보고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을 때, 아리스타르코스는 합리적이고 수학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달의 상대 크기를 알아낸 것이다. 인류가 느끼고 있던 것보다 달의 크기가
갑자기 엄청나게 커졌다. 그냥 하늘에 떠 있는 달의 크기는 손톱만 하고 산 위로 지나는 달의 크기는 아무리 크다고 해도 산봉우리 하나의 크기였다. 그런데 월식으로부터 알게 된 달의 크기가 지구 크기의 3분의 1만 하다니,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달의 크기는 어마어마하게 더 켰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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